우리나라는 성인 1인당 연간 평균 367잔(2022년)의 커피를 마시며, 세계에서 6번째로 커피를 많이 마시는 나라입니다. 식후 입가심은 물론 갈증 해소로 물 대신 많이 마실 정도로 대중적인 음료로 자리 잡으면서 커피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커피에 대한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연구 결과가 조금씩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지만, 여러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된 커피의 영향을 알아보고 개인의 특성이나 체질에 맞추어 적절하게 마시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길입니다.
단기 기억력 향상 및 보존
우선 커피 섭취가 단기적으로 기억력과 인지기능을 향상시킨다는 여러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하루 2~3잔의 커피는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의 침착을 감소시키고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치매와 파킨슨병 발병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동물 실험에서도 커피 속 카페인이 뇌의 해마에 발현되는 아데노신 A2A 수용체를 차단해 노화와 알츠하이머병의 기억 손상을 늦추는 것으로 효과가 보고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성이 20년 이상 하루에 2잔 이상 마시면 혈관 인지력 저하나 혈관성 우울증의 주요 요인인 대뇌소혈관질환의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장기간 과다섭취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암발병의 위험 감소
커피 섭취가 암 발생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는 매우 많습니다. 특히 유방암, 대장직장암, 전립선암, 난소암, 췌장암, 간경화 및 간세포암, 위암, 피부암, 구강암, 식도암 등의 발병률 감소는 커피 섭취량과 상당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그 연구에 따르면 커피에 포함된 카페인, 디테르펜, 커피 산, 폴리페놀, 아로마, 그리고 헤테로고리 화합물을 포함한, 커피에 있는 많은 성분들이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 감소
대사증후군은 성인병인 고혈당, 비만, 고혈압 등 다양한 대사질환이 나타나는 상태를 말합니다. 보건복지부 한국건강영양조사의 임상자료에 따르면 하루 3잔의 커피를 마시는 우리나라 성인은 1잔의 커피를 마시는 성인에 비해 대사증후군에 걸릴 확률이 25% 정도 낮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가 있습니다. 커피를 5잔 이상 마시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신진대사를 방해하지만 적당량의 카페인을 섭취하면 신진대사가 촉진되기 때문입니다.
불면증, 신경과민증의 유발 가능성
여러분이 카페인을 섭취할 때, 여러분은 잠에서 깨고 몸에서는 에너지를 느낍니다. 그러나 이는 몸에 쌓인 피로가 근본적으로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뇌와 몸이 각성하는 것입니다. 카페인은 우리 몸의 심박수를 증가시켜 우리 몸의 흥분 상태를 초래하고, 나아가 수면을 유도하는 뇌 아데노신 수용체의 작용을 억제합니다. 힌 연구팀의 최근 연구결과에서도 하루에 평균 3잔 이상을 20년 동안 마실경우, 멜라토닌을 분비하는 송과선이 위축되면서 불면증과 같은 수면장애와 이로 인한 신경과민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심혈관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커피를 과다하게 섭취하면 뇌혈류가 감소하고 혈압이 상승하며 관상동맥 심장질환, 심장부정맥, 뇌졸중 등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부정적인 영향은 주로 하루에 커피를 4잔 이상 마시는 사람들에게 발생하는데, 이는 혈중 콜레스테롤 양을 증가시키는 커피 원두의 지방 성분인 카페인과 디테르펜 때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여성의 골다공증 발생 위험 증가
여성의 경우 카페인이 체내 칼슘 흡수를 방해하고 소변 배출을 촉진하기 때문에 하루 두 잔 이상 커피를 마시면 뼈에 무리가 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장기간 커피를 많이 마시거나 하루에 커피를 자주 마시면 이것이 누적된 노년기에는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 위험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젊은 여성들이 주로 찾는 커피숍의 아메리카노 한 잔은 카페인 함량이 최소 100mg에서 최대 285mg으로, 커피를 두 잔만 마셔도 하루 카페인 섭취 권고량을 훌쩍 뛰어넘게 됩니다. 물론 골다공증은 체질과 음주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커피로 인한 골다공증이 얼마나 더 발생하는지는 단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여성들의 커피 소비량이 많은 편이고, 특히 갱년기 여성의 경우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 위험이 남성보다 높아 섭취에 주의가 필요가 있습니다.
성장기 아이는 섭취를 자제
카페인은 우리 몸의 칼슘과 칼륨의 손실을 초래하고 아연의 흡수를 방해하여 성장, 발달, 면역 반응, 생식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어린이의 경우 카페인을 분해하는 능력이 떨어지거나 카페인에 대한 신체 반응이 민감할 수 있기 때문에 커피를 비롯한 카페인이 들어있는 음료는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국인의 하루 카페인 최대 섭취량이 성인의 경우 하루 400mg 이하, 임산부의 경우 300mg 이하, 어린이의 경우 체중당 2.5mg/kg 이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성인 남성은 하루 3잔 이하, 여성은 2잔 이하로 마시는 것이 안전하다고 볼 수 있으며, 암, 대사증후군, 퇴행성 뇌질환 예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수면장애, 심뇌혈관질환, 골다공증 등 커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 있거나 커피와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약물을 복용한다면 커피의 양을 줄이거나 대체할 다른 음료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겠습니다. 또 커피가 수면에 영향을 미치는 시간은 단기적으로 최소 6시간, 장기적으로 최대 12시간 지속될 수 있으므로 수면장애가 없는 성인은 저녁 이후, 노인은 오후 이후 커피 마시는 것을 자제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세상의 모든 물질에는 양면성이 있습니다. 아무리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도 과하면 몸에 나쁘게 작용하기도 하는데 물론 커피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의 특성이나 체질에 따라 적절히 마시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방법입니다.